18년 2월 화웨이가 미국에 진출한다고 한다.
그동안 미국내에서 단말기만 판매했으나 이번엔 진짜다. 미국의 AT&T를 통해 유통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은 화웨이, 오포, 비보의 승리로 끝나면서 시장 재편이 끝났다. 이제 미국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17년 미국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 현황을 보면 애플과 삼성전자가 30%, LG가 18%를 기록하고 있다. 나머지 20% 중 절반인 10% 초반을 이미 중국의 ZTE가 점유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미국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으로 분류되는데 이미 중국 업체가 진입해서 잠식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개화하던 시기에는 매년 빠른 속도로 하드웨어의 진보가 이뤄지다 보니 신제품이 1년전 제품에 성능이 대폭 개선 됐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이미 갤럭시S9은 전작과 달라진 게 없다는 뉴스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사실상 하드웨어 측면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사라졌다. 조금 더 고용량의 DRAM을 쓰거나 약간 더 진보된 AP를 쓰는 정도인데 이미 AP의 성능은 일반 사용자가 큰 차이를 못 느낄 만큼 진보했다.
PC 시장도 그렇지 않은가? 여전히 주력 DRAM 용량은 수 년째 4~8GB이고 그나마 게임 좀 하시는 분들이 16GB 이상을 사용한다.
이번에 화웨이가 미국에 가지고 들어갈 모델은 메이트10이다.
(출처: 공식 홈페이지)
중국 스마트폰이라 스펙이 낮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5.9인치 OLED 디스플레이와 4GB의 DRAM, 전면 800만, 후면 듀얼 카메라 (800, 1200만, F1.6조리개 지원), 4000mAh 용량의 배터리다. 재미있는 것은 자회사가 자체 개발한 기린970이다.
기린 970은 NCU가 적용된 중국 내 최초의 AP이다.
(출처: 공식 홈페이지)
18년 갤럭시S8에 적용된 스냅드래곤 835 대비해서 AI 기능이 대폭 강화되었다. 또한, 기존 메이트9에 장착되었던 기린 960은 16나노 공정에서 만들어졌지만, 기린 970은 TSMC 10나노 공정에서 만들어지면서 약 55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사용됐다. (스냅드래곤835는 30억 개 수준). 프로세서의 연산 속도는 하나의 칩 안에 얼마나 많은 트랜지스터를 넣느냐에 달렸기 때문에 속도가 더 향상된 것은 당연지사다.
이미 ZTE가 미국에서 1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상황에서 세계 3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의 미국 진출은 색다른 의미가 있다. 애플과 삼성의 주력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진화 측면에서 소재가 고갈된 모습이다.
화웨이만 문제가 아니다. 또 다른 중국의 강자 샤오미도 미국 시장에 진출 준비 중이다. 이 두 업체가 미국내에서 얼마나 시장점유율을 가져갈지 보다는 이 업체들에게 시장점유율을 뺏기는게 누가 될 것인지가 더 관건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이익률이 중저가 라인보다 높기 때문에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지위를 잃는다면 삼성과 LG의 핸드폰 사업부 마진율은 생각보다 빨리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과 LG전자는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까?
쉽게 떠오르는 것은 기존까지 잘 해온 대로 하드웨어 폼팩터의 혁신을 통해 앞서 나가는 방법이다. 삼성의 AMOLED 패널은 혁신적이었고, 소비자의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경쟁업체인 애플도 17년부터 적용을 시작했고,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 업체들도 AMOLED 생산라인에 대규모 자본을 투하해 짓고 있다. 아마도 2~3년 뒤면 삼성의 AMOLED 패널에서의 강점이 희석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지금 그나마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은 폴더블과 롤러블이다.
(출처: 회사자료, 최근 공개된 롤러블폰 도식이다)
폴더블은 접는 것이고 롤러블은 최근 기사에서도 나왔지만 마는 것이다. 사실 나와봐야 알 수 있고 이마저도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느낀다면 한때의 해프닝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후발 주자들과의 차별 포인트를 만들기가 어려워졌다.
또 어떤 포인트가 있을까? 아쉽게도 그렇게 차별화할만한 포인트가 눈에 띄지 않는다. 향후 전개될 어려운 상황을 국내 업체들이 어떻게 타개해 나갈 건지가 2~3년 안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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