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제약 바이오 업체들의 R&D 비용을 자산화 하는 비중이 높아 감리에 나선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 셀트리온의 예를 보시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작년부터 셀트리온의 상승 랠리가 지속되고 있는 도중에 잠깐 찬물을 끼얹은 일이 있었는데, 바로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때문이었습니다. 최근에 급격하게 상승한 피로감과 더불어 17일 노무라증권의 매도 의견 리포트로 인해 하루에 10% 가량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시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의 주된 논리는 R&D비용으로 집행된 금액을 비용으로 계상하지 않고 자산화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바이오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제약사들은 R&D 비용이 많이 드는 편입니다. 제약 바이오사들은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의 성공 여부에 따라 회사의 존속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에 회사의 모든 자원을 R&D에 쏟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제약사 입장에서 R&D 비용에 대한 회계처리에 대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회계상 비용으로 계상해 처리하는 것과 무형자산으로 쌓는 것입니다. 무형자산으로 쌓이게 되면 정액법으로 수년간에 거쳐서 상각하거나, 파이프라인 가치에 훼손이 생겼을 때 무형자산 손상차손으로 일시에 비용으로 계상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제약회사의 CEO라면 어떤 결정을 하시겠습니까?
당연히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R&D로 집행되는 자금을 비용보다는 자산으로 잡아놓고 싶을 것입니다. 비용으로 계상하게 된다면 수익성이 악화하여 투자자들의 원성을 살 수 있고, 자본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R&D비용의 자산화 행태를 금융감독원이 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26일 금융감독원은 회계처리 기준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여 현재 제약/바이오 상장사 중 약 55%가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계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17년 회계 결산이 마무리되면 회계처리 위반 가능성이 높은 회사를 대상으로 감리에 착수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기업이 R&D 비용을 무형자산에 속하는 개발비로 처리하기 위해서 충족해야 할 기준이 있습니다. 회계 기준서에 따르면 무형자산의 창출과정을 연구단계와 개발단계로 나뉘는데, 개발활동에 대해 기준서가 정하는 사항을 모두 제시할 수 있는 경우에 무형자산을 인식하게 되어있습니다. 그 조건은 약 6가지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위의 내용이 보시기에 어떠신가요?
굉장히 모호한 것이 사실입니다. 정량적 기준이 아닌 정성적 기준이기 때문에 기업 측에서 "우린 모두 할 수 있습니다!" 하면 아주 쉽게 자산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필자가 보기에는 아마도 금감원이 감리 조사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제약사들이 "괜찮습니다, 우리는 모두 회계기준을 지키고 있습니다."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조치할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이번 금감원의 감리조사는 제약 바이오주 투자심리에 다소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필자는 단기적 해프닝에 그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비용으로 계상하는 비중을 회계기준까지 바꿔가면서 통제한다면 셀트리온과 같이 수천억의 이익을 벌고 있는 기업은 일부 수익성 악화 이슈가 발생할 수 있지만, 회계기준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현실화되기에는 시간이 다소 필요해 보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들은 이미 적자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용 계상으로 자본 결손까지 발생 할 가능성이 없다면 (아마도 이럴 경우 최근 주가가 많이 상승했으니 유상증자를 통해 메꿀 것으로 보입니다) 큰 문제 없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오히려 제약 바이오 투자자시라면 이 부분보다는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실질적으로 국민연금의 액션으로 이어질지를 지켜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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