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읽는 주식 투자자/이슈로 찾는 주식 투자 아이디어

신세계와 이마트 온라인 사업부 합병 분석

신세계그룹이 26일 외국계 PEF로부터 1조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이커머스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인 온라인 사업 확장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이마트와 신세계의 주가가 각각 약 15%, 10% 상승했다.



이마트는 다소 시가총액이 7조 중반에서 단숨에 8.2조가 되었고, 18년 예상 PER은 17.4배 수준으로 경쟁업체인 롯데쇼핑 대비 더 높은 프리미엄을 누리게 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기는데 왜 이렇게 투자자들의 흥미를 이끌어 큰 폭의 상승을 보였을까?


필자가 생각하는 이유는 대략 두 가지로 인데 첫째는 외국계 PEF로 받게 될 (아직 투자의 방식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 투자자금에 대한 기대감이다.


홍콩의 PEF인 어피니티는 솜씨가 매우 뛰어난 PEF 중 하나다. 그들이 경영에 참여했던 로엔은 높은 가격에 매각했었고, 17년 말 경영참가를 선언했던 락앤락의 주가도 4달 만에 2배가 되었다.


2.jpg


(출처: 네이버)

외국투자자 중에는 어피니티가 투자하면 앞뒤 안 보고 산다는 추종세력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투자 파트너인 BRV의 전신은 1998년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블루런벤처스이다. 모태는 밴처캐피탈사이고, 한국에서는 PEF의 형태로 투자대상을 물색하던 상황으로 보인다. 아직 국내에서 투자한 이력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신세계 그룹에 투자하게 된다면 첫 작품의 성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두 번째 이유는 17년 비즈니스모델의 전면적 개선을 통해 아마존의 대항마로 부상했던 월마트가 보여줬던 43% 주가 상승률에 대한 기대감이다.


관련 글: 17년 다우지수 주식중 수익률 BEST 5는?


월마트는 JET.COM인수 후 빠르게 온라인 비즈니스모델을 도입하며 아마존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경쟁자로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앞세워 전격적인 $35이상 구입한 고객에게 무료 배송을 시작했던 것이다. 또한 우버와도 제휴를 맺는 등 아마존을 압박하기 위한 준비를 갖춰나가고 있는데, 신세계 그룹이 한국판 월마트와 같이 오프라인의 경쟁력을 활용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커머스 시장으로의 확대 전략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필연적으로 가야 할 길임을 미국에서 절실히 보여줬다. 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합병의 실효성에 대해 두 가지 의문점이 있다.


첫째, 수 년 전부터 이커머스 시장에 막대한 자금이 투자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데, 과연 1조의 자금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국내 시장에서 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 (지마켓, 옥션, G9운영 중)의 온라인 거래액은 약 14원, SK플래닛의 11번가는 9조원, 롯데그룹 8조원, 쿠팡, 위메프, 티몬 3사도 각각 3조원 내외라고 알려졌다. 그리고 SSG.COM을 운영하는 신세계그룹의 온라인거래액 취급액은 2.5조원 수준이다. 그럼 다른 업체는 없다는 가정하에 보면 신세계 그룹의 온라인거래액 시장점유율은 5%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온라인거래액 하나가지고 이커머스 업체를 평가하는 것은 조금은 Bias가 있는 생각일지 모르지만, O2O업체들 벨류에이션 할 때 거래액을 통한 벨류에이션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아예 근거 없는 평가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음에도 여전히 국내 주력 이커머스 사업자 들이 통해 재미를 본 사업자를 아직 없다. 이미 쿠팡은 1.6조 규모의 투자 유치를 통해 쿠팡배송 등 새로운 사업 모델을 도입하며 치열하게 경쟁해 왔지만, 여전히 큰 폭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고, SK플래닛도 수천억의 유상증자를 SK텔레콤으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규모 적자 상황이기 때문에 SK텔레콤 주주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1위 사업자인 이베이코리아는 그나마 연간 4~500억 가량의 순이익을 내고 있으나 치열해지는 경쟁환경에서 이익의 폭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3.jpg


신세계그룹이 투자자금 1조 원을 유치하면 타개가 가능할까? 물론 쿠팡은 1.4조 원 중 큰 부분을 물류센터에 투자했지만, 신세계 그룹은 이미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 오프라인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차이점이 있다. 1조원을 온전히 무료 배송이나 최저가 도입 등을 통한 출혈경쟁으로 시장점유율을 가져오는데 사용할 수 있지만, 1조원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얼마나 가져올지, 그리고 이를 통해 어느 수준의 이익을 남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두 번째, PEF가 신세계그룹을 인수해서 모든 사업을 컨트롤 한다면 PEF 투자 참여에 따른 기대감이 크겠지만, 지분 투자 형태로 참여된다면 지금까지 신세계 그룹이 해왔던 이커머스 사업의 틀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냐는 점이다. SSG.COM으로 대변되는 신세계의 온라인사업 매출은 2014년 1.08조 매출에서 16년 1.69조로 매년 25%가량 성장해왔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출의 카니벌라이제이션일수도 있기 때문에 순수한 온라인 사업으로 발생한 매출은 아닐 것이다. 매출이 상승함에 따라 적자폭도 줄어야 하는데 16년 영업이익이 -445억으로 15년 대비 90억의 적자가 확대된 모습이다. SSG.COM은 신세계그룹이 야심 차게 사업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쟁의 소용돌이의 가운데에 있다.


4.jpg


그럼, 신세계 그룹이 월마트가 JET.COM인수 후 JET.COM CEO에게 모든 이커머스 부문을 통째로 맡겨버린것처럼, 신세계 그룹의 모든 이커머스 사업을 PEF에 위임한다면 이건 기대감이 생길수도 있다. PEF는 이익 극대화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다만, PEF는 일반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할 요소가 많은 회사를 인수해 자산과 인력의 슬림화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 시키는 투자방식을 사용해왔다. 이번 경우는 조금 틀린 게, 기존 SSG.COM을 구조조정이 아닌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가져와야 이익을 창출 할 수 있기 때문에 PEF가 직접 사업을 컨트롤 한다고 해도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필자 생각의 프레임이 좁아 신세계그룹이 준비하고 있는 뛰어난 전략을 예측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신세계그룹이 내놓을 전략에 매우 관심이 간다. 다만, 현재 시장에서 추측하고 있는 신선식품의 배송, 최저가 마케팅, 카테고리 다양화 등의 전략은 이미 경쟁업체들도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지속성 있게 유지되려면 신세계그룹이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뛰어난 전략을 발표해야할 것으로 판단한다.


※ 제 개인적 의견이 궁금하신 분들은 공감 및 비밀댓글 남겨주시면 답해드리겠습니다. 

※ 100% 개인 의견입니다. 투자 결정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