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시가 하나 있었다. 같이 보시자.
나는 이 공시를 처음 보고 무척이나 놀랐다. 아니, 연간 100억도 벌지 못하는 계열사 영우냉동식품에 3자 배정 유증 방식으로 7350억을 투자하겠다는 공시로 봤기 때문이다. 그럼 영우냉동식품의 16년 감사보고서를 한번 보자.
보시는 바와 같다. 16년 매출 584억에 영업이익 39억정도다. 영업이익률은 6.6% 수준으로 식품 생산에 치중되어있는 계열사임을 알 수 있다.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공시를 자세히 보니 CJ대한통운을 CJ제일제당과 함께 보유하고 있는 케이엑스 홀딩스와의 삼각합병이란다. 삼각합병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삼각합병: 모회사의 자회사가 제3의 회사와 합병하는 일종의 변칙적 형태로, 이를 통해 실제로는 모회사가 제3의 회사의 영업과 자산을 획득하는 것을 뜻한다.
음 좀 말이 어려운데 구조를 보면 이해하기가 조금은 더 쉽다.
구조는 아래와 같다.
(출처: vixima, 전자공시시스템)
합병순서는 이렇다. 우선 CJ제일제당이 영우냉동식품에 3자배정 유상증자의 형식으로 약 7,400억원을 출자하고 (370만주, 주 당 200,000원), 영우냉동식품은 이 자금으로 CJ제일제당의 제3자배정증자(보통주 1,872,138 주, 발행가액 393,000원)에 참여한다. 영우냉동식품은 이 때 취득한 CJ제일제당 주식을 KX홀딩스 합병 대가로 (주) CJ에 지급한다. 이후 케이엑스홀딩스를 보유한 영우냉동식품이 CJ제일제당에 피합병되면서 오른쪽과 같은 지분구조가 나오는 것이다. 기존에는 옆으로 계열사가 펼쳐져있고, 손자회사를 공동 보유하는 등 복잡한 구조였지만 이번 합병을 통해 지분 구조가 상당히 깔끔해졌다.
자 그럼 바로 합병하면 되지 굳이 중간에 영우냉동식품이라는 조그마한 회사에 유증을 넣고 이 돈을 가지고 합병을 진행하게 되었을까? 난 개인적으로 두 가지 이유라고 생각하는데 첫 번째로 CJ대한통운의 주가가 여러 이유로 많이 하락해 있어서 지분 확보에 유리했고, 두 번째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와 자회사의 의무 보유 지분율을 20%에서 30%로 상향하는 것이 골자이며, 손자회사의 공동 지배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이 통과 되기 전에 미리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 합병으로 각 상장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현재 상장되어있는 CJ,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순으로 알아보자.
(1) CJ
- 지주회사 입장에서 유출되는 현금이 없고 이미 보유한 회사들 사이의 지분이 변동 되는 것이기 때문에 순자산가치에도 변화가 없다.
- 다만, 기존 (주)CJ가 보유하고 있던 CJ건설이 CJ대한통운과 합병 됨에 따라 CJ별도로 봤을때는 수익성이 낮은 회사가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소폭의 마진 개선 효과는 있으나 연결기준에서는 변함이 없다.
(2) CJ제일제당
- 이번 유상증자로 인해 주식수가 증가되었다. 증자전에 발행주식총수는 보통주 약 1,317만주, 우선주 약 132만주였다. 이번 유상증자로 약 187만주가 추가로 발행되었다. 결론적으로 자기 자신의 주식으로 CJ대한통운의 주식을 추가로 매입한 결과이므로 전체 기업가치의 변화는 없다. 다만, 주식수는 증가했으니 약 12% 수준의 희석효과가 발생한다.
- 기존에 CJ대한통운의 이익은 지분법이익으로만 인식되었다. 하지만 이번 거래를 통해 연결회사로 CJ대한통운이 포함됨에 따라 앞으로 실적도 연결실적에 반영된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 뿐만 아니라 대한통운의 가치도 같이 고려해야 되는 상황이 생겼다. 향후 대한통운 성과가 개선되기 시작하면 긍정적이나 지금처럼 택배 단가 인하로 인해 개선이 되지 못한다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보인다.
(3) CJ대한통운
- CJ대한통운 입장에서는 대주주만 CJ제일제당으로 바뀌었을 뿐 변한것이 없다.
18년 CJ대한통운의 실적이 턴어라운드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멋진 딜을 한 것은 분명하나 회복 여부는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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