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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는 주식 투자자/이슈로 찾는 주식 투자 아이디어

삼성전자 주가는 왜 중소형주와 반대로 움직일까?

주식시장을 주의 깊게 관찰해보신 분이라면 최근 2~3년간 시장에 굉장히 흥미로운 점을 느끼셨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삼성전자'입니다.


2014년부터 이 현상이 두드러졌는데요,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승하는 날은 개인투자자가 주로 투자하는 중소형주나 코스닥주가 약세를 보이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코스피 지수가 상승하면 대부분 기업의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래야 조금 더 상식적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런 상식은 2014년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이 호조를 나타내며 3% 이상 강하게 상승하는 날은 더더욱 이런 현상이 뚜렷했습니다. 최근의 예를 들면 18년 2월 13일 주식시장도 이와 같은 날이었습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장중 5%가량 반등하면서 시장 지수는 1% 이상 상승했는데 코스닥을 비롯한 중소형주의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났습니다

아래 표를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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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대형주 지수: 코스피 시가총액 1위부터 100위까지 100종목을 포함한 지수를 뜻합니다.
코스피 중형주 지수: 코스피 시가총액 101위부터 300위까지 200종목을 포함한 지수를 뜻합니다.

위 표는 삼성전자와 우리나라 대표 지수 3가지와 삼성전자의 연도별 주가움직임의 상관관계를 계산해 놓은 표입니다.
상관관계는 -1~1 범위의 값을 가집니다. 상관관계가 0.4 이상이면 두 변수의 움직임이 상관관계를 가지고 움직임을 뜻하고, 그 이하면 상관관계가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1~2013년을 보시면 삼성전자와 코스피 대형주 지수, 코스피 중형주 지수, 코스닥 지수가 모두 0.3 이상으로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움직였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4년부터 삼성전자와 중형주지수, 코스닥 지수의 상관관계가 갑작스럽게 떨어지기 시작해 0에 수렴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즉, 삼성전자의 주가와 코스피중형주 지수, 코스닥 지수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어졌음 뜻합니다. 심지어, 2017년 같은 경우 삼성전자와 코스피 중형주 지수의 상관관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에 이릅니다.

삼성전자의 주가와 중소형주와의 상관관계는 없어졌고, 심지어 중형주에 속하는 종목들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현상까지 2017년에 벌어졌습니다. 즉, 삼성전자가 상승하는 날에는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중소형주의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코스피지수의 약 25%를 구성하는 삼성전자의 상승에 따라 주식시장 지수는 상승하는데, 내 종목은 하락하고 있다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자, 그럼 왜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이 중소형주 투자자를 힘들게 하는 걸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흐름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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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첫 번째 이유는 삼성전자의 10년 월봉 차트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삼성전자는 2016년까지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스마트폰 사업은 호조를 보였지만, 반도체 산업의 구조조정에 따라 업황이 싸이클을 타면서 실적이 개선되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수익적으로 재미없는 (?)시기에 당연히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는 포트폴리오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을 낮춰 다른 중소형주 종목에 투자하는 이른바 알파 전략을 추구하게 됩니다.

이는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의 속성인데, 일반적으로 이들의 성과는 벤치마크 대비 몇 %를 아웃퍼폼했는지로 결정됩니다.

여기서 벤치마크는 펀드마다 조금씩 다른데 일반적으로는 코스피지수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면, 2015년에 코스피지수가 5% 하락했는데, A펀드의 성과가 -3%라면 이 펀드는 시장보다 2%가량 높은 수익률을 거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거둔 펀드로 평가받습니다. 만약 시장 비중만큼 포트폴리오에 종목을 편입했다면 코스피지수와 같은 -3%를 기록했을 것입니다.

펀드매니저는 추가적인 알파의 성과를 내기 위해 종목별로 비중을 정해서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데, 삼성전자는 대략 시기마다 달랐지만 코스피 지수에서 20~25%가량 차지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실적이 저조한 구간에서는 당연히 삼성전자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다른 종목을 편입해서 펀드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즉, 삼성전자가 횡보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삼성전자는 매우 따분한 주식이었기 때문에 모든 펀드에서 삼성전자는 낮은 비중으로 가져갈수밖에 없었습니다.

근데 2016년 중반부터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스마트폰, 비트코인 채굴 등 새로운 반도체 수요가 생겨나는 과정에서 반도체 미세화공정이 한계에 이르고, 구조조정이 마무리 되다 보니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이익이 2배 이상 솟구치면서 주가도 2배 가까이 상승하게 됩니다.

자, 그럼 이 구간에서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는 어떤 선택을 했겠습니까?

당연히 비어있던 삼성전자 비중을 채우기 위해 다른 종목들을 팔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근데 삼성전자는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가 넘는 초대형주입니다. 1~2종목의 중소형주를 매도해서는 삼성전자 20%를 채울 수 없으니 이 종목 저 종목 아무 이유 없이 매각해 비중을 줄이고 삼성전자를 사야겠죠. 이 결과 지수와 삼성전자는 상승하는데 중소형주는 떨어지는 현상을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ETF 투자의 급증입니다.

주식투자는 크게 패시브 투자와 액티브 투자로 나뉩니다.
액티브 투자는 위에서 설명한 펀드매니저의 예가 적절할 것 같습니다. 알파 수익률을 창출하기 위해 종목의 비중을 마음껏 조절하면서 시장에 대응하는 투자법입니다. 최근 몇 년간 주목받았던 투자는 패시브 투자입니다. 즉 지수의 수익률을 추종하기 위한 투자입니다.

이 투자를 쉽게 만들어 준 것이 바로 ETF(Exchange Traded Fund) 입니다.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가 뛰어난 수익률을 보여주면서 ETF 수익률, 즉 시장 수익률이 알파를 내기 위해 삼성전자의 비중을 줄여놓은 일반 액티브 펀드를 앞서게 되자, ETF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였습니다. 이런 영향도 삼성전자와 중소형주 사이의 주가 괴리를 만든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까요?

이 질문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합니다. 만약 추세가 이어진다면 개인투자자도 삼성전자나 ETF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하니까요.

저는 모든 것이 삼성전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가 실적개선 등의 이유로 재차 상승한다면, 중소형주는 한 번 더 고생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최근 몇 년간의 괴리만큼은 아닐 것입니다. 당시에는 삼성전자의 비중이 낮은 펀드가 대세였지만, 지금 웬만한 펀드들은 모두 2~3년 전 보다 삼성전자의 비중을 많이 채워놨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당분간 삼성전자와 삼성전자가 아닌 중소형주 사이의 힘 싸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삼성전자의 실적이 여기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못 한다면, 모든 자금은 싸이클에 따라 지금까지 흘러온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2015년과 같은 중소형주의 시대가 다시 올 가능성도 꼭 염두에 두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S. 모두 제 개인의 의견이며 투자를 권유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투자에 대한 손실은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