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통신주의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물론 통신주 주가 하락에는 이유가 있었다. 다만, 주식투자자라면 하락한 산업이나 기업에 대해 반등 시기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통신주가 최근에 어떤 이유로 하락했고, 통신주에 긍정적인 이슈는 무엇이 있을까?
통신 관련 주식인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를 매매해 보셨다면 통신사의 비즈니스모델에 대해 알고 계실 것이로 생각한다. 통신 사업은 상당히 안정적이지만, 이 뜻은 반대로 얘기하면 성장성이 좀 모자란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공재 성격을 띠는 주파수를 국가로부터 경매를 통해 취득 후 독과점적인 사업을 영위하다 보니 통신 산업은 규제산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한 차례 성장기를 겪었고, 지금은 가입자 수의 증가가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기 때문에 성장성 측면에서도 가입자 수(Q) 보다는 ARPU(P)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 재미가 없다.
ARPU: Average revenue per user의 약자로 가입자 1명당 특정 기간 동안 지급한 평균 금액을 의미
최근 통신주 주가의 하락은 이런 배경과 더불어 보편 요금제 등의 규제 이슈 및 금리 인상으로 인한 배당주로서의 매력도 하락, 선택약정할인제도로 인한 실적 기대감 하향 등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씩 자세히 살펴보자.
(1) 선택약정할인제도 등으로 인한 실적 기대감 하향
2017년 9월에 선택약정요금할인 폭이 기존 20%에서 25%로 상향되었고, 올해 초에는 저소득층/기초 연금 수급자에 대한 요금 경감이 실시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두 가지 이슈가 앞으로 통신사 영업이익에 미칠 영향은 약 5~6000억 수준으로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다. 선택약정요금할인 폭 상향으로 인한 통신 3사의 영업이익 감소 폭은 각각 sk텔레콤이 약 2000억, kt가 약 1400억, lg유플러스가 1000억 내외이다. 저소득/노년층 요금 경감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액은 각각 800억, 500억, 350억 내외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요금제 변화로 인한 영업이익 하락은 주가에 부정적이나, 이미 주가가 반영했다면 시장은 앞으로 이보다는 다른 이슈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선택약정할인제도: 통신사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
(2) 보편요금제 도입 가능성
작년부터 통신사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이 보편요금제이다. 보편요금제란 월 요금 2만원에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것으로 현재 3만원대에 제공되고 있는 통신서비스를 1만원 가량 낮추는 제도다.
보편요금제 등 통신요금제에 대해 여론을 듣기 위해 9차례나 열렸던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는 2월 22일 끝으로 별다른 소득 없이 마무리되었다. 특히,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던 보편요금제에 대해서는 논의만 오가다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시민단체나 소비자단체는 이통사가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제를 자율적으로 출시한다면 법제화를 유보하겠다고 일부 양보의 제스쳐를 보냈고, 통신사도 이에 호응하듯 최근 들어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데이터 요금제와 속도, 용량에 제한을 두지 않는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았고, SK텔레콤과 KT는 포인트의 사용 혜택을 늘리면서 유인책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보편요금제의 도입을 담은 전기통신법 개정안이 6월 임시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아마도, 이 법안 통과 여부에 따라 통신주 주가에 단기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나, 시장에서는 통과 가능성을 그렇게 높게 보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진한 통신비 사회적 논의 기구에서 합의안이 도출되지 못했고, 위법성 논란이 있어 야당 및 여당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매체에서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물론 지금 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곳은 많지 않지만, 확실히 통과되지 않아야 주가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3) 금리 인상으로 인한 배당주로서의 매력도 감소
17년 공시한 통신 3사의 주당 배당금액은 SK텔레콤 1만원, KT 1천원, LG유플러스 400원이다. 통신 3사 모두 1월 중순부터 주가가 약 15~20%가량 하락했는데, 최근 하락한 주가로 배당수익률을 계산해 보면 SK텔레콤은 주가하락으로 4%를 넘었고 KT는 3.6%, LG유플러스는 3.2% 수준이다. 이 정도 수익률이면 시장금리가 비록 상승은 했지만, 매력적인 수준으로 생각된다. 여러분은 어떤가? 물론 배당은 연말에 지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기상 연초에 배당주 투자는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4) 하반기 주파수 경매로 인한 무형자산상각비 증가?
5G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 방안이 4월에 확정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통신사의 가장 중요한 무형자산인 주파수는 경매방식으로 정부에서 매각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주파수를 얻기 위해 통신사가 과도한 경쟁이 있었는데,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는 과기부 유영민 장관이 주파수 할당 대가를 낮춰 통신비 인상 요인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과도한 경쟁 구도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5G는 4G 주파수 대비해서 대역폭이 넓기 때문에 절대 금액 자체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 사례를 봤을 때 주파수 경매 대금은 일회성 납부가 아니라 첫해 25~30%를 지급하고, 약 10년의 기간동안 나눠서 내게 되어 무형자산 상각비도 점차 증가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그림을 봤을 때 통신사가 5G 주파수를 통해 매출을 점진적으로 늘려간다면 그렇게 우려할 이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과도한 경쟁으로 통신사가 무리한 금액으로 주파수 경매에서 낙찰된 경우는 단기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통신주 투자에 있어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이슈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단말기완전자급제를 손에 꼽을 수 있겠다.
(1) 단말기 완전 자급제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통신사 대리점에서 단말기를 유통하는 것이 아닌 단말기 판매는 판매점에서만 하고, 통신서비스 가입만 대리점에서 담당하도록 구분한 제도이다.
지금까지 통신업계의 단말기 유통 관행을 보면 통신사들이 경쟁업체보다 더 많은 보조금 혜택을 통해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단말기 제조업체들도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통신사에 주던 판매장려금을 제품 가격 하락으로 연결지을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제도이다. 다만, 현재 통신사 대리점을 운영하는 점주의 반대가 심해 아직까지는 완전자급제가 논의만 되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만약 단말기완전자급제가 도입된다면 통신사 입장에서는 물론 통신요금을 낮춰야 하는 이슈가 생기긴 하지만,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비용에서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어 통신사에서는 이 제도가 만들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2) 망 중립성 이슈
망 중립성은 네트워크사업자(ISP)가 망을 이용하는 콘텐츠 서비스를 차별하면 안 된다는 원칙이다. 즉, 통신망에서 10GB의 트래픽을 일으킨 사업자나 1GB를 일으킨 사업자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된다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만약 망 중립성을 약화 한다면 통신사 입장에서는 유튜브 등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사업자만 일종의 사용료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개념이다. 17년 12월 미국연방 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 폐지를 결정하며 오바마 행정부의 망 중립성 정책이 2년 만에 폐기되었는데, 미국 통신사인 버라이존이나 AT&T가 글로벌 IT 기업들에 일종의 사용료 명목으로 수수료를 수취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우리는 데이터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에 대한 통제권을 통신사가 가져간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논란이 많은 상황이다. 이미 망 중립성이 철폐된 미국에서도 여전히 논란이 거세다. 미국은 연방정부와 주 정부로 나뉘는데 미국 내 주요 주들이 자체 망 중립성 관련 법 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워싱턴주에서는 망 중립성 관련 법에 서명하고 망중립성 보호 법 제정을 고려 하는 상황이다. 즉, 우리나라로 치면 전국 차원에서 실시하기로 한 제도를 각 도에서 반대되는 법을 제정해 반대하는 꼴이다. 앞으로 법정공방까지 이어지면서 꽤 오랜 동안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찬반 공방이 거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망 중립성 법안을 수정하거나 폐지하는 쪽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과기부는 유지하는 쪽으로 주장하고 있다. 폐지된다면 네트워크 사업자인 통신사가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에게 사용되는 트래픽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즉, 통신사 입장에서는 망 중립성이 폐지되는 쪽이 유리하다. 이미 관련 법안이 상정 되어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논의되어 갈지 향방을 추측하기에는 풀어야 할 매듭이 많다. 다만, 만약 폐지된다면 통신사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이슈로 해석할 수 있다.
(3) 번호이동가입자수 13년 만에 최저치 기록
18년 2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이 발표한 2월 이동전화 번호 이동 건수는 약 39.8만건으로 2005년 6월 39.4만건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물론, 명절 연휴로 인한 영업일 감소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부재하다는 이유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선택약정요금할인 제도 등으로 인해 이동통신사를 옮길 유인이 감소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IPTV나 가족 요금제 등으로 묶여 있는 요금제에 가입하는 비중이 늘어나다 보니 해약하기가 어려워진 측면도 작용했다고 생각된다. 번호이동가입자수 이동이 줄어든다는 것은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통신사간의 경쟁이 완화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이 큰 통신사 입장에서는 긍정적 이슈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끝맺으며
주가가 상승 또는 하락을 하는 이유는 항상 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등락을 반복하지 않는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하락하고 있는 기업의 주가가 왜 하락했고, 그 요인들이 언제쯤 해소될 것이며, 하락한 상황을 뒤집을 만한 긍정적 이슈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반대로, 주가가 상승한 경우 왜 상승했고, 상승한 요인이 지속할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시장에 상장된 통신 3개사의 주가는 최근 2달여간 상대적으로 큰 언더퍼폼을 했다. 하락한 이유에 대해 살펴보고, 언제쯤 다시 반등할 것인지 결론을 내고 결과를 자신의 결론과 대조해 보면서 기업 공부를 해나가신다면 좋은 성과를 얻으실 수 있으실 거라 믿는다.
PS. 위에서 설명한 이슈가 통신주를 감싸고 있는 모든 배경은 아닐 것이다. 추가적인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언급해주시길 부탁드린다. 통신주 투자를 권유하는 글이 절대 아님을 밝히며, 언제나 그랬듯이 같이 공부하자는 취지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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